일상 이야기

평일 북한산(북한산성 입구-대서문-중성문-용암문-백운봉암문)

인심좋은 2022. 11. 30. 19:53

작녀만 해도 몇번 갔었던 북한산을 파주로 이사 온 이후로 거의 가지 않았고, 요새 딱히 뭔가 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에, 생활의 변화를 주고자 북한산을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오늘은 하필 한파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기에, 9시 집에서 나서는데 영하 8도였다. 나름 열심히 겹쳐 입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북한산성입구 주차장

평일이라서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다. 주말에 가면 꽉 차는 곳인데 말이다.

 

코스는 무난하게 짰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백운봉 가는길을 계곡길로 보통 가는데 난 용암문 쪽으로 돌아서 갈 예정이다. 몇일 전 비온 뒤인데다가 날씨도 추워서 길이 얼어있을수도 있고, 내 체력 문제 상 힘들게 올라갔을 경우 내려오는 길이 고난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사람이 붐비는 입구도 아무도 없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최고로 좋은 환경이다.

 

올라가는 길에 꽃은 아니고, 꽃가루 같은데 뭔지 모르겠는 식물이 신기해서 한컷

 

그렇게 쭉~ 길 따라 올라가니 금방 대서문에 도착한다.

 

어차피 외길이니 계속 진행하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원효봉 백운대 방향으로가면 길이는 짧기만 경사가 꽤 있다. 난 그래서 대남문 쪽으로 진행

 

조금만 더 걸어가면 겨울 햇빛을 받은 계곡이 눈부시게 흐르고 있다.

 

좀 더 오르면 중성문이 나온다.

 

얼마전 내린 비가 흐르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코스를 올라가면서 이런 상태의 빙판이 많이 보였다.

올라갈때는 미끄러져도 앞으로 딛으면 되지만, 내려올때 이렇게 발 딛을 틈 없이 빙판이 깔리면, 난감할 것 같다.

 

전진하다보면 이렇게 이정표가 나오는데 백운봉은 사라지고 대남문과 다른 이정표만 붙어 있다.

대남문 방향으로 진행

 

몇년 전에는 못 본거 같은데 간이 이정표도 생겼다. 첫 북한산 방문 때 이 길을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북한산은 도심에 있는 산인만큼 어딜가나 휴대푠이 정상 작동하니, 길을 모를땐 휴대폰 켜서, 네이버맵이나 카카오맵을 열면 등산로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다. 지도에 내 위치를 보고 등산로를 따라서 가면 된다. 당황하거나 헤매지 말자.

 

그리고 이곳을 지나면 이제 본격 산길이다.

문제는 여기 산길이 길 같지 않고 그냥 넓은 폭의 경사를 오른다. 딱히 길이라고 다져져 있지 않은 구간이 있다.

 

어느 곳이 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걷기 괜찮아 보이는 길을 선정해서 쭉 따라 올라가면 된다.

거의 다 올라가면 임시 대피소가 보이니, 이것만 찾으면 제대로 올라온 것이다. (사진을 안 찍었다;;; 사람이 계셔서 불편해 할까봐 안 찍음)

 

대피소를 지나 성곽길로 쭉 오면 용암문에 도착한다.

 

여름에 오면 여기가 바람이 잘 통해서 시원한 곳이다. 항상 이 쯤 오면 잠시 바람 쐬고 쉬어 가지만

오늘은 무진장 추워서 여깄다간 얼어죽을 분위기였기에 등산화에 침입한 작은 돌들만 빼내고 바로 다음으로 전진한다.

 

여기서부터는 중간중간 경치가 트인 곳이 나온다. 산은 역시 어느 정도 올랐을때 보이는 탁 트인 경치를 보기위해 오른다.

시원하게 트인 경치가 예고 없이 아침부터 찾아온 우울감에 휩싸인 나를 치유한다. 

 

경사가 있는 계단길이 나오고 더 걷다보니 슬슬 정상이 가깝게 보이기 시작한다.

 

저긴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오를 수 있을까 싶다. 고소 공포인지, 선단 공포인지 아무튼 돌 위에 오르는건 다리가 후들거려서 도저히 못 오른다. 사람이 전혀 없다면 줄에 의지하여 팔로 몸을 당겨서 움직이지만, 사람이 있다면 즉, 줄에서 손을 놔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난 주저 앉는다. 

 

좀 더 가면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진다.

 

내려갈땐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내려갈 예정...경사가 심해서 내려갈때도 곤욕이지만 조심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가면 갈만 한다. 

 

갈래길을 지나 계단으로 더 올라오면 

 

백운봉암문이 나온다.

 

이 문을 지나왼쪽으로 계단을 좀 더 오르면

중간에 야생 고양이(?) 도 보이고, 곧 바위 구간에 도달한다.

난 여기서 끝이다. 옆에 보이는 철줄을 잡고 올라야하는데, 앞에 내려오는 사람 그리고 경치 구경하느라 줄 잡고 버티는 사람들이 엉켜서 나같은 사람은 도저히 못 가겠다.

겁 없는 사람은 그냥 바위를 성큼성큼 딛고 올라가던데, 미끄러지면 저세상 행이라 나는 못하는 행동...ㅠ_ㅠ 내 신발을 믿을 수가 없어......올라오면서도 몇번을 주륵주륵 (등산화인데 왜 미끄러지니;;;)

 

여기서 5분 정도 서서 멍하니 서울 시내를 지켜보다가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계곡길을 내려오면서 빙판은 거의 없었다.

만약에 계곡길로 올라간다면 이곳을 통해서 간다. 저기 오른쪽 구석이 진입로다.

 

겨울산은 황량해서 싫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 산이라 나뭇잎이 가리지 않는 훤항 풍경을 볼 수 있고, 그 와중에도 푸르게 산을 지키는 나무들도 많다. 겨울산이라고 무조건 회색빛인건 아닌 것이다. 또한 겨울이기에 산을 오르는 발걸음도 숨도 덜 차고 가뿐하다.

춥다는게 단점이지만, 오르다보면 어느새 더위를 느끼게 된다.

빙판의 위험만 조심한다면, 겨울산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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