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세운듯 안 세운 제주도 3박4일 (2일차)

인심좋은 2020. 1. 27. 11:48

귀찮아서 한동안 안 쓰다가 이제 쓰는 제주도 여행기 2일차

숙소에서 맞는 아침이다. 숙소를 알고 잡은 건 아니지만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방에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아침 풍경이 참 멋지다.

그리고 여기는 아침 식사를 주문할 수 있다. 전날 오전에 미리 알려주면 준비해주신다 (1인당 5000원)

우리가 먹은 조식이다. 정갈하게 아침 부담 안되게 나온다. 반찬들 짜지않고 맛있고, 깔끔하다. 우리가 어딜가서 먹는게 아닌 아침에 직접 가져다 주시니 아침도 조용히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아침 먹고 정리하고 오늘의 일정을 준비했다.

 원래 제주도 올때 한라산 한번 가보자고 준비하고 왔는데, 언제갈까 고민하다가 내일은 1월1일이라 사람이 많을 듯하여 그냥 12월31일인 오늘 갑자기 가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계획되어 있었다면 당연히 아침일찍 출발했겠지만, 갑자기 결정되어 조금 늦게 출발했다. (9시쯤??)

 우린 딱히 백록담 욕심이 없어서 가볍게 영실코스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서 영실코스 주차장까지 1시간 걸려서 이동.... 그날 눈은 많이 오진 않았지만 주차장 올라가다보니 슬슬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도에서 주차장을 찾으면 주로 B 위치를 찾아준다. 왜냐면 B 지점이 공식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린 이 날 눈이 날려서 A 지점까지 차량 이동이 통제되고 B 지점에 주차하였다.

 여기서 하나 주의할게 있는데, 전기차를 대여했다면 여기서 충전할 생각은 왠만하면 하면 안된다. 우린 이 때 이동거리 40킬로 남아서 무조건 충전을 했어야 했는데, 이 곳에 충전기는 1대다. 그런데 전기차 렌트한 사람들의 매너가 개판인지라 충전기 꽂아놓고 등산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는 상황인데, 전기차 충전 걸고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제주도에 정말 많았다.

 아무리 렌트라 할지라도 충전걸고 자리 비움 시 앞유리에 연락처 쪽지 보이게 하던가, 충전 시간 확인 후 시간 맞춰 오는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냥 자리비움 했을 경우 신고해서 벌금 먹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길....(1시간 이상일 경우 벌금이다.) 충전소는 충전소지 주차장이 아니다)

 우리도 앞에 2팀이나 기다리는데 먼제 충전한 사람이 전화번호도 안 적어 놓고 가는 바람에 아내가 등산 중간에 다시 하산해서 충전소 대기했다. 뇌에 우동사리 들어있던 사람 이야기는 여기까지.......

 B지점 주차장에서 영실코스 등산로 입구까지는 도보 혹은 택시로 이동 가능하다. 우린 도보로 이동했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그 동안 너무 귀가 시려서 결국 휴게소에서 귀덮는 모자를 구입했다. (도보로 이동해서 다행;;; 그대로 등산로 들어갔다면 끔찍하다...바람 너무 세서 귀가 얼어붙는 줄...)

 휴게소에서 모자도 쓰고.....챙겨간 아이젠도 끼웠다. 눈이 많이 안와서 아이젠을 쓸까 말까 했지만 일단 착용했는데 얼어있는 바위들이 초반에 좀 있어서 유용했다. (영실은 초반이 산길이고 그 이후로는 나무 데크 길이라 괜찮을 수도 있지만 겨울 등산에 아이젠을 씌우진 않더라도 만일에 대비하여 가방에 상비하고 다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준비는 완료했고 슬슬 등산로 입구로 진입했다.

입구에서 보는 한라산....눈보라도 전혀 안 보인다.

 

눈이 많이 안 왔기에 등산로 초반은 평화로웠다. 계곡이 땡땡 얼어 붙었을줄 알았는데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적당히 나무에 얹힌 눈들이 하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었다.

 

영실 코스는 가파르지 않아서 천천히 올라갔다. 1시간 정도 올라갔나 했는데 이제 점점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산의 나무들이 낮아지고 풍경이 오픈되기 시작하면서 바람도 세졌다.

눈보라도 쳐서 시야도 짧아지고 눈꽃도 수북해지기 시작.... 모자 사길 잘했다 싶었다. 없었다면 으허허허....

바람 방향으로 나뭇가지에 붙은 눈들
눈보라가 쳐서 시야가 짧아진다. 능선 이후로는 줄곶 이런 상태

열심히 걸어 올라가서 맞이한 병풍 바위 눈보라 때문에 잘 안 보인다.ㅠㅠ

여기서 아내를 먼저 주차장으로 보내고 난 대피소까진 다녀오기로 하고 계속 더 걸어 올라갔다. (이 때가 12시 조금 넘었을 시간)

올라가다보니 한번씩 눈보라가 겆히는 시점이 있다. 그때마다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었다. 다른 분들도 시야가 오픈되는 잠깐에 사진 찍을려고 멈춰서는게 보였다.

 

병풍 바위를 지나 대피소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다.

대피소를 찍고 다시 되돌아 오는데 오후가되니 눈보라도 많이 안 불고 시야도 점점 나아졌다.

내려오는 길에 병풍바위를 보는데 시야가 오픈되니 절경이었다.

병풍 바위를 등지고 마을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능선을 통해 보는 풍경은 어느 산을 가도 멋지다.
오후엔 날씨가 풀려서 휴게소에서도 산의 풍경이 잘 보였다.

내려오니 이미 날씨도 좋아져서 차량 통제도 풀려서 삼삼오오 차를 타고 올라오신 분들이 보였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오후3시 였다. B주차장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왕복 5시간 걸림.

 산타고 왔더니 배가 고프다. 가까운 서귀포시내로 점심 먹으러 고고

 따뜻한 것을 먹고 싶어 검색해보니 샤브샤브인데 제주돼지로 먹는 샤브샤브가 있었다. 그래서 먹어보기로 결정

돼지라서 괜찮을까 했으나, 꽤 맛있었고, 월남쌈까지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야채도 마음대로 퍼다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배터지게 잘 먹었다.

점심겸 저녁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5시간 산타서 피곤도 하겠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2019년 마지막 날을 보람차게 보냈다는 느낌에 뿌듯했다. (다음 날 은근 다리 근육통에 고생한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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